여행과 여유

친구가 되어버린 장소 — 오금동 성당 이야기

만샘 2025. 4. 17. 00:56

십자가가 보이는 오금동 성당 -직접 촬영 이미지

나는 성당의 신도는 아니다.
미사에 참여한 적도,
내부에 오래 머문 적도 없다.
하지만 오금동 성당은
언제부턴가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쳐 지나가는,
가장 자주 마주하는 공간이 되었다.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그 앞을 돌고,
옆길을 따라 성당의 벽을 지나친다.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이건 풍경이 아니라 관계구나.
어쩌면 나는
성당과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직접 촬영이미지

밤의 성당은
낮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높은 첨탑 위의 네 개의 창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빛나는
눈동자처럼 보인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불빛을 머금고
색을 더 선명히 띄운다.
그 빛 속의 형상들은
하나하나 내가 품은 기도처럼 느껴지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새벽에는
어떤 축복을 주는 느낌이다.
 

성당 아래에서 올려다 본 풍경 -직접 촬영이미지

그 매력에 이끌려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성당을 올려다보면,
건물은 마치 높은 하늘로
달려가고 있는 듯하다.
 

성당과 목련 -직접 촬영이미지

 

낮의 성당은 조금 다르다.
햇빛 아래 붉은 벽돌은
차분하고 따뜻한 표정을 짓는다.
 

성당 공간사이로 으로 보이는 도시 풍경 -직접 촬영이미지

 

기둥과 벽 사이로 비치는
멀리의 건물은
마치 두 개의 액자 속에 담긴 그림 같다.
 
 

성당 벽에 드리운 목련 그림자 -직접 촬영이미지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성당 담벼락에 기대 선 목련은
계절의 변화를 조용히 알려준다.
그림자마저 또렷한 봄날,
나는 그 벽에
마음을 기대고 있었다.

 

견고하고 엄숙한 성당의한면 -직접 촬영이미지

 

성당의 이곳저곳은
요즘 건물처럼 획일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마치 피카소의 그림처럼
면면이 다르게 느껴진다.
‘웅장함, 엄숙함, 고요, 평화’
그런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마 건축가의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입구쪽 성당모습 -직접 촬영이미지

 

사람들이 오가는 골목 옆,
도시의 하루가 흘러가는 와중에도
성당은 늘 변함없는 자세로 서 있다.
어느 날은 바람에 흔들리는
꽃 그림자와 함께,
또 어느 날은
비 내리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불빛과 함께.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어쩌면 이곳은
내가 가장 자주 마음을 기댄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택시에서 내릴 때면
습관처럼 말한다.
“오금동 성당 앞이요.”
언젠가부터
내 하루의 언어 속에
‘오금동 성당’이라는 단어는
습관처럼 스며들어 있다.
내가 우기는 걸지도 모르지만—
이 정도면,
우린 정말 우정을 다져가고 있는 거 아닐까?
그리고 지금,
나는 조용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오금동 성당은 내게
등대이자, 나침반이자,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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