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의존 외교가 불러온 현실과 다변화의 길 제 2편 – 중국: 거대한 시장의 덫과 다변화의 길
1. 서론 – 기회의 땅이 족쇄가 되다
한국 경제에서 중국은 오랫동안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값싼 노동력, 거대한 소비시장, 그리고 지리적 근접성은 한국 기업들에게 특별한 기회였다. 한때 한국 전체 수출의 4분의 1 이상이 중국으로 향했고, 산업 현장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 얽혀 있었다. 많은 기업들은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합작 법인을 운영하고,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금, 그 기회의 땅은 점차 족쇄로 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공급망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며, 중국 내 규제 환경도 갈수록 까다로워졌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문제는, 중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의 기술과 인력이 흡수되는 구조다. 단기적 이익을 기대하며 진출한 기업들은 결국 장기적 경쟁력을 상실하는 위험에 직면한다. 한국 역시 그 함정을 피하기 어렵다.
2. 감성적 진단 – 의존의 달콤함과 뼈아픈 대가
의존은 달콤하다. 특히 한국처럼 자원이 부족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세계 최대 시장에 기댄다는 것은 안정감을 준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은 한국 기업에게 성장을 위한 울타리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달콤함은 곧 족쇄로 변했다. 투자를 하면 기술을 요구받고, 인력을 키워주면 경쟁자로 돌아선다. 협력자인 줄 알았던 상대가 어느 순간 우리와 같은 무대에서 맞붙는다. 그리고 그들은 규모와 자본에서 압도적이다. 결국 우리의 성과는 스스로를 잠식하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
이것은 단순히 경제적 손실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창의와 땀, 우리 세대가 쌓아 올린 경쟁력이 다른 나라의 이익으로 흡수될 때, 우리는 존재의 정체성을 잃는다. 의존은 안전망이 아니라 족쇄이며, 신뢰 없는 협력은 종속으로 귀결된다.
3. 철학적 고찰 – 공존과 경계
인간관계도 그렇듯, 국가 간 관계에서도 신뢰와 경계는 동시에 필요하다. 신뢰만 있고 경계가 없다면 관계는 종속으로 변한다. 경계만 있고 신뢰가 없다면 적대가 된다. 균형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관계 역시 그렇다. 우리는 지리적, 역사적, 경제적 이유로 중국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것을 내어줄 수도 없다. 기술과 인력, 자본과 노하우는 한 나라의 뼈대다. 그것을 내주면서 공존을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의 과제는 단순한 단절도, 맹목적 개방도 아니다. 공존과 경계의 균형이다. 협력은 하되, 내줄 수 없는 선을 지키는 것. 그것이 주체성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다.
4. 한국의 현실 – 줄어드는 의존, 여전한 위험
실제로 한국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감소하고 있다. 2018년만 해도 중국은 한국 수출의 26.8%를 차지했지만, 2023년에는 19.7%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은 한국 최대 교역국이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 배터리, 석유화학, 중간재와 같은 핵심 품목은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한다. 예를 들어, 한국 반도체 수출의 약 40%가 중국과 홍콩을 향한다. 배터리 원재료 상당 부분도 중국에서 조달된다. 단순히 비중이 줄었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또한 중국 정부는 산업정책을 통해 외국 기업이 투자할 때마다 기술과 인력을 흡수하려 한다. 초기에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지원을 제공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규제와 법률을 활용해 외국 기업을 압박한다. 합작 회사의 의무, 데이터 보안법, 인력 이동의 자유 등은 사실상 기술 이전을 강제하는 수단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수차례 뼈아픈 경험을 했다.
5. 대응 전략 – 다변화와 보호의 이중 궤도
이제 한국이 취해야 할 길은 두 가지다. 첫째는 다변화, 둘째는 보호다.
5-1. 다변화 – 자유를 확보하는 길
- 유럽(EU):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유럽과 손잡고, 반도체·배터리·수소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유럽의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은 한국과 이해가 맞닿아 있다.
- 아세안: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는 이미 한국 기업의 생산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노동력과 시장,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하면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분산할 수 있다.
- 남미·아프리카: 단순히 자원 수탈이 아니라, 의료·교육·디지털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상호 신뢰를 쌓아야 한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리튬, 아프리카의 희토류는 한국의 미래 산업에 필수적이다.
- 디지털·서비스 전환: 단순한 제조업 수출이 아니라, 한국의 브랜드와 서비스, 창의적 가치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5-2. 보호 – 기술과 인력을 지키는 방법
- 코어-로컬 분리: 핵심 설계와 기술은 국내·우방에 두고, 중국에는 조립·후공정만 맡긴다.
- 세대차 전략: 중국에는 최신 기술이 아닌, 한 세대 이전 기술만 제공한다.
- 법적 방어막: NDA, 발명 귀속, 비유인 조항을 강화하고, 장비·금형의 소유권은 본사에 둔다.
- 디지털 방어: 도면과 레시피에 워터마킹을 삽입하고, 데이터는 분산 보관하며, 접근 권한을 최소화한다.
- 인력 보호: 핵심 인력에게 장기적 보상 체계를 제공하고, 퇴직 후 일정 기간 경쟁업계 전환을 제한한다.
- 다자간 협력: 한국 혼자 싸우지 않고, 일본·유럽·미국 등과 공조해 중국 내 기술·인력 유출 방지 협약을 추진한다.
6. 감성적 메시지 – 다변화는 생존이다
다변화는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의 조건이다.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이웃이자 시장이지만, 그 의존은 한국의 자율성을 위협한다. 올인하는 순간, 안정은 불안으로 바뀌고, 기회는 위기로 변한다.
자유란 한쪽에 기댈 필요가 없는 상태다. 다변화는 바로 그 자유를 확보하는 길이다. 세계 곳곳에 뿌리를 두는 순간, 한국은 한쪽이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다. 다변화는 곧 존엄의 회복이다.
7. 결론 – 중국을 넘어서, 주체로 서기
중국과의 관계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무방비한 개방이 아니라, 경계와 존중이 있는 협력이어야 한다. 한국은 기술과 인력을 지켜야 하며,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솔직히 알리고, 국내외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의존은 달콤했지만, 우리는 알게 되었다. 그 달콤함은 족쇄였다. 이제 족쇄를 풀고 자유를 얻어야 한다. 자유란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이며, 그것은 다변화 속에서만 보장된다.
다변화는 단순한 경제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이 미래를 향해 스스로의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이며, 국민과 후손에게 남겨줄 가장 값진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