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의존 외교가 불러온 현실과 다변화의 길 제 7편– 일본: 경쟁과 협력의 이중 구조

1. 도입 – 이웃이자 경쟁자, 그리고 동아시아의 거울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는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둔 가까운 이웃이지만, 심리적으로는 가장 멀리 느껴지는 나라다. 식민지 경험과 역사적 상처는 기억 속에 깊게 각인되어 있고, 그것은 세대가 바뀌어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의 무게만으로 오늘의 관계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현실의 국제정치와 경제 구조는 한국과 일본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쟁자이자 협력자로 묶어놓았다. 양국 관계는 감정과 이성이 충돌하는 공간이자, 동아시아 질서의 불안정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거울이다.
2. 경제적 경쟁 – 평행선 위의 산업 구조
한국과 일본은 산업의 뼈대가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서 늘 시장을 두고 부딪친다. 일본은 오랜 기간 기술 축적을 통해 소재·부품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지녔고, 한국은 속도와 혁신, 대규모 제조 능력으로 완제품 시장을 장악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은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불화수소 등 핵심 소재의 세계적 강자이며,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생산능력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지탱하고 있다. 이 관계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서로 없이는 완결되지 않는 공생적 구조다. 그러나 공생은 언제든 정치적 갈등에 의해 무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제 협력은 늘 불안정한 조건을 안고 있다.
3. 외교·안보 – 미국을 매개로 한 협력의 아이러니
한일 양국의 안보 협력은 자발적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미국이라는 공통의 동맹국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협력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중국의 해양 확장 전략, 러시아의 극동 지역 군사 활동 등은 한국과 일본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도전이다. 이 때문에 양국은 정보 공유, 미사일 방어, 해상 교통로 보호 등에서 일정한 협력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협력의 바탕에는 언제나 불신이 깔려 있다. 과거사 문제와 독도 영유권 갈등, 역사 왜곡 문제는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현재 외교정책에도 끊임없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결국 안보 협력은 ‘불가피한 공조’이지 ‘자발적 연대’가 아니다. 이는 한일 관계의 근본적 모순을 잘 보여준다.
4. 문화와 사회 – 감정을 넘어서려는 세대
경제와 안보의 영역이 갈등과 긴장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면, 문화와 사회의 차원에서는 오히려 협력과 교류가 더 활발하다. K-팝과 J-팝,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패션과 디자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세계 시장에서 함께 소비된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일본은 더 이상 과거의 적대적 이미지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자원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변화가 나타난다. 과거 세대가 역사적 상처의 기억을 중심으로 일본을 인식했다면, 현재 세대는 일상적 경험과 문화 소비를 통해 일본을 바라본다. 이는 감정적 대립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새로운 상호 이해의 가능성을 여는 창구가 된다.
5. 구조적 이중성 – 갈등과 협력의 병행
한일 관계의 본질은 단순한 경쟁도, 단순한 협력도 아니다. 그것은 갈등과 협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중 구조’다. 역사 문제와 영토 분쟁은 언제든 감정적 폭발을 일으키지만, 경제와 안보의 영역에서는 협력을 멈출 수 없다. 한쪽이 끊어지면 다른 쪽에서 다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조건이 존재한다.
이 이중성은 불안정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이다. 한일 관계는 항상 ‘긴장 속의 협력’, ‘갈등 속의 공존’이라는 역설을 안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구조를 부정하거나 억지로 단순화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6. 결론 – 전략적 균형의 필요성
앞으로 한국이 일본과 맺어야 할 관계는 감정적 단절이 아니라 전략적 균형이다. 과거의 상처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으로 미래를 규정할 수도 없다. 일본은 한국의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동아시아 질서 속에서 함께 협력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이웃이다.
따라서 한국은 두 가지 원칙을 동시에 지켜야 한다. 첫째, 역사와 주권 문제에서는 원칙적 태도를 견지한다. 둘째, 경제와 안보, 문화 교류에서는 현실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협력 틀을 만든다. 이 두 원칙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이 한국의 생존 전략이자, 동아시아 질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길이다.
결국 한일 관계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다. 이중 구조를 정확히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것, 그것이 한국이 일본과 맺어야 할 미래 관계의 핵심이다.
《JK Studio 연결채널 링크》
- JK 삶의 이야기 → https://jk-life-story.tistory.com
- JK 사진이야기 → https://jk-photo.tistory.com
- JK 그림이야기 → https://jk-art.tistory.com
- EyeEm (jooriank) → https://www.eyeem.com/u/jooriank
- Redbubble → https://www.redbubble.com/people/jooriank/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