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스테인드글라스가 빛나는 순간 – 오금동에서 마주한 작은 기억
밤 산책 중이었다.
골목을 따라 조용히 걷던 중,
고개를 들자 조용히 불을 밝힌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들어왔다.
낯이라면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었을 풍경이었지만,
밤은 전혀 다른 모습이라 시선이 저절로 그곳을 향했고
LED 조명으로 설치된 스테인드 글라스 느낌의 조형물은
성당 건물 전체를 하나의 빛나는 설치미술처럼 보이게 했다.
벽돌로 쌓인 외벽 위를 하늘을 향해 고개 들어 쳐다본 순간
마치 잡지 표지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문득 오래전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어릴 적, 외할머니 손을 잡고 따라갔던 -기억도 가물한 성당의 풍경.
향 냄새, 촛불, 그리고 조용히 기도하던 사람들.
지금은 특정 종교를 따르지 않지만
그때의 고요함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빛으로 지은 창,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의 미학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중세 유럽에서 시작된 이 유리 공예는
건축과 예술, 신앙이 결합된 복합적인 표현 방식이었다.
단순히 유리창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빛을 통해 신의 세계를 전하고자 한
‘시각적 설교’였던 것이다.
문맹률이 높았던 중세 사회에서
스테인드글라스는 성서의 이야기, 성인의 전기,
그리고 교훈적 장면들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도구 역할을 했다.
햇빛이 유리창을 통과할 때 만들어지는 색의 향연은
마치 천상의 공간에 들어선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된 위치 또한 중요했다.
빛이 들어오는 방향과 시간,
예배 중 기도하는 신도들의 시선과 겹치도록 설계되었고,
그 자체로 건축의 일부였으며, 동시에 이야기의 매개였다.
오늘날 서울 도심의 성당들에서도
이러한 전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다만 과거처럼 엄격한 상징성보다는
보다 열린 미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대적인 조명 설계와 어우러지며
낮에는 은은한 내부 빛으로,
밤에는 도심 야경 속 빛의 포인트로 기능한다.
밤하늘 아래 붉고 푸른빛이 흘러나오는 성당의 창은
종교적 상징을 넘어
도시의 예술적 구조물로서의 역할까지 겸하게 되었다.
한적한 길을 걷다
빛으로 반짝이는 창문에 시선이 멈출 때,
그곳은 더 이상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예술과 신앙, 구조와 색채가 만나는 공간.
바로 그곳이
스테인드글라스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도시 속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깊은 미감이다.
종교와 무관하게도 이런 장면은 우리의 삶에 조용한 쉼표가 되어준다.
도시 속 밤거리를 걷다 마주치는
이런 모습의 빛, 그리고 조형미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색하게 된다.
이런 것이 종교의 역할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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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어버린 장소 — 오금동 성당 이야기
나는 성당의 신도는 아니다.미사에 참여한 적도,내부에 오래 머문 적도 없다.하지만 오금동 성당은언제부턴가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쳐 지나가는,가장 자주 마주하는 공간이 되었다.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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