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앞 목련, 봄이 왔다는 가장 순수한 신호
봄이 왔다, 그리고 그곳엔 목련이 피어 있었다
서울의 주택가 한 골목을 걷다 보면
문득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따뜻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아직은 차가운 나무 가지 위에
하얗게 목련이 피어나는 그 장면은
어떤 말보다 먼저
봄이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내가 이 장면을 만난 곳은
오래된 벽돌 성당 앞이었다.
나무 한 그루가 성당의 벽을 타고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었고,
그 끝마다 피어난 목련꽃은
정화된 영혼처럼 순백의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었다.
성당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와
목련의 깨끗한 색감이 어우러져
도심 속에서 잠시 멈추고 싶은 풍경이 되었다.
봄은 늘 소란스럽게 찾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의 일상 한편에 스며든다.
그중에서도 목련은
언제나 봄의 가장 첫 문장을 써 내려가는 꽃이다.
강한 햇살 없이도
당당하게 피어 있는 그 모습은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된다.
이런 골목은 시니어들에게도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복잡하지 않고,
봄의 변화가 눈에 띄게 느껴지는 골목.
잠깐의 외출이라도
삶의 기분을 바꿔주는 풍경이 있다는 건
분명한 선물이다.
잠시 걸음을 옮기니 이번엔 개나리가 눈에 들어왔다.
주택가 하늘을 뒤덮은 노란 가지들.
이른 봄, 집집마다 피어나는 개나리는 어릴 적 봄소풍을 떠올리게 했다.
무심한 담벼락 위에서 봄은 이미 가득 피어 있었다.
꽃이 피었다는 것은 단지 계절의 변화가 아니다.
누군가는 오늘을 새롭게 살 수 있는 이유가 되고,
또 누군가에겐 지나간 봄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의 봄은 그렇게,
일상 속에서 불쑥 나타난다.
바쁜 삶을 멈춰 세우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피어나 우리 마음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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