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사진 3

봄, 도시를 피우다 – 거여동 꽃길 산책과 저녁의 기억

봄은 시나브로 다가온다.차가운 바람이 누그러지고, 코끝에 닿는 공기의 향이 달라질 때쯤,도시의 어느 골목에서도 봄은 제 존재를 잔잔히 드러낸다. 며칠 전, 친구와 저녁을 먹기 위해 거여동으로 향했다.평소 자주 다니던 거리였지만, 그날따라 눈길을 사로잡은 풍경이 있었다.길가에 놓인 화분들, 그 안에서 피어나는 꽃들이 유난히 생생하게 보였다. 꽃집 가판대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여인네 나들이 치장처럼 피어 있었다.진홍색 버베나, 자주색 로벨리아, 그리고 주황빛 한련화가 저녁이 다 되었는데도아침 인사처럼 생기 있었고,화분 옆에는 작은 둥근 잎사귀들이 봄기운을 머금은 듯 생기를 느끼게 하고 있었다.그 앞에서 나는 꽃빛의 매혹에 빠져 한참을 서성였다.저녁 식사 메뉴는 생선구이를 시켰다.식사를 하며 짭짤한 구이..

여행과 여유 2025.04.12

말 없는 공감의 시대를 꿈꾸며 – 텔레파시 기술과 공존의 윤리

말하지 않아도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고, 설명하지 않아도 아픔이 전달될 수 있는 시대 우리는 지금,손끝으로 활자를 쳐야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하지만 마음은 언어보다 빠르고,진심은 말보다 깊다.나는 믿는다.기술은 언젠가 이 간극을 메울 것이다.말하지 않아도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고,설명하지 않아도 아픔이 전달될 수 있는 시대가반드시 올 거라고.그것은 단지 '뇌파를 통한 통신'이 아니다.그건 새로운 형태의 존재 간 교감,즉 인간과 인간, 인간과 인공지능, 인간과 동물 사이의 감응을 가능하게 하는말 없는 공감의 언어일 것이다.그 기술이 실현되면,우리는 서로를 덜 오해할 수 있을 것이다.의도를 짐작하기보다 느끼게 될 것이고,고통을 바라보기보다 함께 견디게 될 것이다.동물도 말하리라."나는 ..

삶의 지혜 2025.04.12

도시의 등불

도시의 등불아직 해가 다 저물기도 전, 피아노 학원 벽등은 이미 밝고 있었다. 조금은 익숙한, 낮은 터치의 선율과 엔틱 한 조명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다정하게 어울렸다. 이 도시의 냉기와 우울을 조금이라도 더 밀어내려는 듯, 그 빛은 밀물이고, 바람이다. 파스텔톤의 벽은 너의 고백을 새기라는 여백이고, 무의식의 세계로 통하는 열린 문이다. 벽등은 더 이상 ‘빛’이 아니라, 내 피부에 와닿는 은불, 함께 주고받는 체온이다. City's Lantern Before the sun had fully set, the piano academy's wall lamp was already aglow. A somewhat familiar, soft-touch melody and the antique light harmo..

여행과 여유 202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