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풍경 3

도시 속에서 피어난 생명의 에너지

식물은 도시의 한복판에서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그 자리를 지키며 계절을 마주하고 빛과 바람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스스로의 하루를 견디는 기록이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었던 장면들 속에서 생명의 움직임은 도시의 단조롭고 냉정한 풍경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잎에 맺힌 물방울 – 아침 공기의 흔적밤사이 비가 내린 뒤, 잎 위에 고인 물방울은 도시의 아침 공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골목 빌라 앞의 작은 화단에서 발견한 이 장면은, 인공 구조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도 자연은 여전히 그 존재를 드러낸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지만, 그 나름의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와도 닮아 있다. 타이거 릴리 – 무심한 거리에서 피어난 색개를 산책시키던 중 도로변에서 붉게 ..

여행과 여유 2025.07.21

"도시 속 작은 봄 — 피어오른 다섯 송이의 이야기"

붉은 복사꽃이 가장 먼저 찾아왔다.긴 겨울 끝, 아직 차가운 벽을 등지고조심스럽게 가지마다 붉은 꽃망울을 터뜨린다.희망이라는 단어조차 잊고 있던 시간 속에서복사꽃은 조용히 속삭인다."다시 시작해도 괜찮아." 📸 이미지 © jooriank / EyeEm👉 https://www.eyeem.com/u/jooriank노란 개나리가 뒤따랐다.저녁 햇살이 스미기 시작한 골목 어귀,담장 너머로 번지는 환한 노란 물결.서툰 봄빛과 서툰 마음이서로를 알아보는 순간처럼,개나리는 겨울을 지나온 모든 존재에게기쁨을 선물한다. 📸 이미지 © jooriank / EyeEm👉 https://www.eyeem.com/u/jooriank라일락은 조금 늦게, 그러나 잊을 수 없는 향기로 온다.투명한 하늘 아래, 작은 보랏빛 손..

여행과 여유 2025.04.30

서울의 밤, 석촌 호수에서 마주한 봄빛 -봄은 이미 출발했다.

– 분홍빛 롯데타워와 벚꽃이 어우러진 저녁 산책서울의 봄이 시작되는 길목,바쁜 하루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끝낸 나는그대로 집으로 향하지 않고 잠시 석촌호수로 발걸음을 옮겼다.봄의 기운이 서서히 퍼지고 있던 그날,하늘은 천천히 어두워지고 있었고,도시의 불빛들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늘 익숙하게 지나던 거리였지만,그날의 공기와 조명, 그리고 호수 앞에 펼쳐진 장면은분명 다른 느낌을 주었다. 분홍빛을 머금은 롯데월드타워호수 가까이 다다르자마자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롯데월드타워였다.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그 마천루는어두워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은은한 분홍빛 조명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서울의 고층 빌딩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이 거대한 구조물은그 자체로 서울의 야경을 상징하는 존재다.하..

여행과 여유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