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풍경 2

"도시 속 작은 봄 — 피어오른 다섯 송이의 이야기"

붉은 복사꽃이 가장 먼저 찾아왔다.긴 겨울 끝, 아직 차가운 벽을 등지고조심스럽게 가지마다 붉은 꽃망울을 터뜨린다.희망이라는 단어조차 잊고 있던 시간 속에서복사꽃은 조용히 속삭인다."다시 시작해도 괜찮아." 노란 개나리가 뒤따랐다.저녁 햇살이 스미기 시작한 골목 어귀,담장 너머로 번지는 환한 노란 물결.서툰 봄빛과 서툰 마음이서로를 알아보는 순간처럼,개나리는 겨울을 지나온 모든 존재에게기쁨을 선물한다. 라일락은 조금 늦게, 그러나 잊을 수 없는 향기로 온다.투명한 하늘 아래, 작은 보랏빛 손길들이오래전 첫사랑처럼 다가온다.무심히 스쳐도 잊히지 않는 향기.라일락이 피어오르면,그 시절 우리도 다시 피어난다. 스노볼은 푸른 기억처럼 고요히 모습을 드러낸다.연둣빛 공기 속에 맺힌 작은 구슬들.한 알 한 알..

여행과 여유 2025.04.30

서울의 밤, 석촌 호수에서 마주한 봄빛 -봄은 이미 출발했다.

서울의 봄이 시작되는 길목,나는 어느 저녁을 먹은 후잠시 석촌호수로 향했다.낮의 분주함이 서서히 가라앉고도시의 불빛들이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호숫가에 닿자마자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건하늘 위로 솟아오른롯데월드타워였다.분홍빛 조명을 머리에 이고 선 그 마천루는어두워지는 하늘 속에서도시선을 압도하며 빛나고 있었다.내가 사는 도시,내가 자주 지나는 이곳이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품고 있다는 걸새삼스럽게 느꼈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석촌호수 쪽으로 내려가니물가를 따라조명 아래 벚꽃이막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완전한 만개는 아니었지만오히려 그 여백이도시의 불빛과 어우러져더 특별한 장면을만들어내고 있었다.물 위로 비친 불빛은마치 수채화의 번지기 기법처럼조용히 퍼져나갔다.LED 조명을 받은 벚꽃은너무도..

여행과 여유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