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2

봄, 도시를 피우다 – 거여동 꽃길 산책과 저녁의 기억

봄은 시나브로 다가온다.차가운 바람이 누그러지고, 코끝에 닿는 공기의 향이 달라질 때쯤,도시의 어느 골목에서도 봄은 제 존재를 잔잔히 드러낸다. 며칠 전, 친구와 저녁을 먹기 위해 거여동으로 향했다.평소 자주 다니던 거리였지만, 그날따라 눈길을 사로잡은 풍경이 있었다.길가에 놓인 화분들, 그 안에서 피어나는 꽃들이 유난히 생생하게 보였다. 꽃집 가판대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여인네 나들이 치장처럼 피어 있었다.진홍색 버베나, 자주색 로벨리아, 그리고 주황빛 한련화가 저녁이 다 되었는데도아침 인사처럼 생기 있었고,화분 옆에는 작은 둥근 잎사귀들이 봄기운을 머금은 듯 생기를 느끼게 하고 있었다.그 앞에서 나는 꽃빛의 매혹에 빠져 한참을 서성였다.저녁 식사 메뉴는 생선구이를 시켰다.식사를 하며 짭짤한 구이..

여행과 여유 2025.04.12

성당 앞 목련, 봄이 왔다는 가장 순수한 신호

봄이 왔다, 그리고 그곳엔 목련이 피어 있었다서울의 주택가 한 골목을 걷다 보면문득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따뜻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아직은 차가운 나무 가지 위에하얗게 목련이 피어나는 그 장면은어떤 말보다 먼저봄이 도착했음을 알려준다.내가 이 장면을 만난 곳은오래된 벽돌 성당 앞이었다.나무 한 그루가 성당의 벽을 타고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었고,그 끝마다 피어난 목련꽃은정화된 영혼처럼 순백의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었다.성당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와목련의 깨끗한 색감이 어우러져도심 속에서 잠시 멈추고 싶은 풍경이 되었다.봄은 늘 소란스럽게 찾아오지 않는다.이렇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우리의 일상 한편에 스며든다.그중에서도 목련은언제나 봄의 가장 첫 문장을 써 내려가는 꽃이다.강한 햇살 없이..

여행과 여유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