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드글라스 2

친구가 되어버린 장소 — 오금동 성당 이야기

나는 성당의 신도는 아니다.미사에 참여한 적도,내부에 오래 머문 적도 없다.하지만 오금동 성당은언제부턴가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쳐 지나가는,가장 자주 마주하는 공간이 되었다.나가고 들어올 때마다그 앞을 돌고,옆길을 따라 성당의 벽을 지나친다.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이건 풍경이 아니라 관계구나.어쩌면 나는성당과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밤의 성당은낮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높은 첨탑 위의 네 개의 창은어둠 속에서 조용히 빛나는눈동자처럼 보인다.스테인드글라스는 불빛을 머금고색을 더 선명히 띄운다.그 빛 속의 형상들은하나하나 내가 품은 기도처럼 느껴지고,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새벽에는어떤 축복을 주는 느낌이다. 그 매력에 이끌려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성당을 올려다보면,건물은 마치 높은 하..

여행과 여유 2025.04.17

성당, 스테인드글라스가 빛나는 순간 – 오금동에서 마주한 작은 기억

밤 산책 중이었다.골목을 따라 조용히 걷던 중,고개를 들자 조용히 불을 밝힌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들어왔다.낯이라면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었을 풍경이었지만,밤은 전혀 다른 모습이라 시선이 저절로 그곳을 향했고 LED 조명으로 설치된 스테인드 글라스 느낌의 조형물은성당 건물 전체를 하나의 빛나는 설치미술처럼 보이게 했다. 벽돌로 쌓인 외벽 위를 하늘을 향해 고개 들어 쳐다본 순간마치 잡지 표지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문득 오래전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어릴 적, 외할머니 손을 잡고 따라갔던 -기억도 가물한 성당의 풍경.향 냄새, 촛불, 그리고 조용히 기도하던 사람들.지금은 특정 종교를 따르지 않지만그때의 고요함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빛으로 지은 창,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의 미학..

여행과 여유 2025.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