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당의 신도는 아니다.미사에 참여한 적도,내부에 오래 머문 적도 없다.하지만 오금동 성당은언제부턴가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쳐 지나가는,가장 자주 마주하는 공간이 되었다.나가고 들어올 때마다그 앞을 돌고,옆길을 따라 성당의 벽을 지나친다.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이건 풍경이 아니라 관계구나.어쩌면 나는성당과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밤의 성당은낮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높은 첨탑 위의 네 개의 창은어둠 속에서 조용히 빛나는눈동자처럼 보인다.스테인드글라스는 불빛을 머금고색을 더 선명히 띄운다.그 빛 속의 형상들은하나하나 내가 품은 기도처럼 느껴지고,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새벽에는어떤 축복을 주는 느낌이다. 그 매력에 이끌려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성당을 올려다보면,건물은 마치 높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