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풀리니
마음도 따라 풀린다.
해가 환히 비추던 봄날의 어느 오전,
친한 동생과 함께 간단한 아점을 먹기로 했다.
이른 점심을 먹으러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조용한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한 식당이 떠올랐다.
자주 지나치긴 했지만
‘저 안쪽까지 들어가야 하나?’ 싶은 위치라
오히려 자꾸 미뤄지던 곳이었다.
그날은 이상하게
그 골목이 우리를 불렀다.
가게 이름은
‘오누이 부대찌개’.
위치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차가 잘 다니지 않는 조용한 주택가 골목 한가운데,
눈에 띄지 않는 위치인데도 단골이 많은 집이다.
**“한 번 가본 사람은 꼭 다시 온다”**는 말이
실감 나는 곳이다.
메뉴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기본 **‘오누이 부대찌개’**와
‘우삼겹 부대찌개’.
각종 사리와 재료도 다양하게 추가할 수 있다.
떡, 가락국수, 라면, 콩치즈,
심지어 오동통 소시지와 납작 당면까지—
이 집 부대찌개는 그냥 찌개가 아니라
‘커스터마이징’의 끝판왕이다.
특이한 점은
셀프 밥 퍼 코너.
여기서는 밥을 마음껏 퍼서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점심시간엔 자리가 없었던 것일까.
오늘은 다행히 일찍 와서 여유롭게 먹을 수 있었다.
양도 푸짐하다.
부대찌개 한 판에
라면, 가락국수, 햄, 소시지, 떡, 야채가
고르게 들어가 있어
먹는 동안 계속
“이거 하나 더 먹고 그만 먹어야지”
하게 되는 맛이다.
국물은 짜지 않고
묵직하면서도 얼큰하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중독성 있는 국물.
무엇보다 반가운 건,
포장과 배달도 가능하다는 점.
입구에 큼직하게 적혀 있는
‘포장됩니다’ 안내문,
그리고 벽면에는
**‘집에서도 실속 있게 알차게’**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실제로 배달 앱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단점은 딱 하나—위치.
건물 사이 골목 안쪽에 있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여기 맞아?” 하고
한 번쯤 멈칫하게 된다.
하지만 이 위치가 오히려
‘숨겨진 맛집’이라는 낭만을 선물한다.

오늘 한 끼, 마음까지 따뜻했다.
계절은 봄이고, 사람은 좋고, 음식은 맛있고
그 모든 요소가 조용히 어울린 날이었다.
‘다음에 또 와야지’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
그게 진짜 맛집 아닐까.
https://senior-space.tistory.com/86
목련과 개나리, 봄날의 기억을 꺼내다
봄은 언제나 나를 사색하게 한다.찬바람이 물러가고, 가지마다 생명이 움트는 이 시기.나는 어김없이 어린 시절의 봄날을 떠올린다.햇살 아래 피어난 목련과 개나리는 그때의 추억을 불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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