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여유

소나무, 빛으로 깨어나다 – 거여동의 밤 풍경

만샘 2025. 4. 15. 06:17
 
조명에 따라 색이변하는 나무

 

빛이 머무는 밤, 거여동 체육문화센터 앞을 지나며

정확히 말하자면,
거여동 성당 맞은편을 지나 새 서울병원 쪽으로 향하던 밤이었다.
별다른 목적 없이, 익숙한 길을 따라 걷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 길 한쪽에서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거여동 체육문화센터 앞,
소나무들이 도시의 밤을 배경 삼아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빛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색이 변하고,
그에 따라 나무의 분위기까지 달라졌다.
초록빛에서 붉은빛으로,
푸른빛에서 보랏빛으로 번져가는 그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같은 나무였지만
빛의 각도, 조도의 세기에 따라
표정이 전혀 달라졌다.
마치 누군가가 장면을 연출해 놓은 듯한 풍경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소박한 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그날 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되었다.

 

조명에 따라 색이변하는 나무

 

요즘은 이런 변화하는 LED 조명
도심 곳곳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공공시설 주변이나 산책로,
구청 앞 화단 등에도 컬러 조명이 설치되어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형태가 뚜렷한 소나무 같은 나무와 어울리면
전통적인 한국적 정서와 현대적 감각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빛은 사물의 실루엣을 강조하고,
나무는 그 빛을 받아 살아 있는 오브제처럼 변한다.

과하지 않은 조명은
도시의 밤을 단순히 밝히는 것을 넘어,
삶의 리듬을 잠시 쉬어가게 만든다.
그곳을 지나던 사람들에게
하루의 피로를 잠시 내려놓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는 그날
아무 말도 없이 빛을 받은 소나무를 바라보다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그 풍경 하나가
내 안의 감정을 정리해 주는 것 같았다.

앞으로 이런 조명이
도심 곳곳에서 더 많아졌으면 한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는
빛과 나무의 조화 속에서,
우리는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
잠시라도 멈추고 숨 고를 수 있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얻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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