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 jooriank / Eye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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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학원을 운영해 왔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만두게 되었다.
그 결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고, 이후의 시간은 더 무거웠다.
아직 경제활동이 꼭 필요한 상황이기에
이것저것 새로운 일들을 찾아야 했지만,
'이제 뭔가 새롭게 시작해 보자'는 기대보다는
앞으로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이 더 컸다.
불안과 우울감이 뒤섞인 날들이 이어졌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여유는 점점 줄어들고,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금도 그 불안과 초조함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마음에 짓눌려 있기보다는,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시도해 보기로 했다.
블로그를 시작했고,
손그림으로 이모티콘도 만들어 보았고,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낯설기만 했던 GPT라는 인공지능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수익이 목적이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고,
마음의 여유는 경제적 기반 없이는 좀처럼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진을 찍는 시간이 이상하게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생각보다는
‘오늘은 또 어떤 장면을 마주하게 될까’라는 기대가 더 자주 떠올랐다.
그 변화는 크고 요란하지 않았지만,
내게는 아주 조용하고, 은근하게 스며드는 중요한 변화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 거창한 장비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비싼 카메라도 없었고, 렌즈 교체는커녕 촬영 모드 하나 제대로 다룰 줄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 손에 쥔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장비가 아니라,
내가 멈춰서는 시선, 내가 바라보는 방향,
그리고 그 순간을 담고 싶다는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걸음을 멈추게 한 어떤 장면 앞에서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셔터를 누르는 그 찰나,
그것은 단순한 촬영이 아니라 내 감정의 일부를 기록하는 일이 되었다.
마치 오래 묵혀 있던 감각이 깨어나는 듯했고,
막혀 있던 숨이 트이는 것처럼 가슴 깊이 무언가가 풀려나갔다.
그 순간 느낀 감정은 단순하지 않았다.
조금은 벅차고, 조금은 낯설고, 그러나 분명 따뜻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내 일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푸른 하늘과 낡은 시멘트 건축물,
벽에 걸린 벽등, 야간에 바라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불빛,
시장 골목을 채운 색색의 파라솔들.
예전엔 그저 무심히 스쳐 지나치던 풍경들이었다.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나는 보지 못했던 것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장면들이 하나둘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저 스냅으로 남기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빛과 그림자, 고요함과 활기를 함께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 순간들이 내게는 작은 쉼표가 되었다.
복잡한 생각과 마음속 불안을 잠시 잊게 해 주는 틈.
그리고 그 틈에서,
잠들어 있던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시든 열정이 다시 피어나고,
무언가 새로운 감정이 안에서부터 차오르는 걸 느꼈다.
이런 감정이 일어났다고 해서
현실의 상황이 넉넉해진 건 아니다.
수익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삶은 매일이 무슨 서바이벌 게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
마음 안에 뭔가가 달라졌다.
사진을 찍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머릿속에서 ‘이런 장면 찍으면 좋겠다’,
‘이건 이렇게 찍어야지’ 하는
여러 구상으로 머리가 꽉 찼다.
아직 이 일로 돈벌이를 하는 건 아니지만,
마켓에 올려 팔리기를 기대하며 승인도 받아보고,
한 장 승인 날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으로 만족을 대신하고 있다.
살면서 꼭 위대한 업적을 이루거나 큰 부를 쌓아야만 의미 있는 건 아니다.
‘소확행’이라는 말처럼, 소소한 취미 속에서 위로받고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지 않을까.
요즘 나는 그런 소소한 즐거움 속에서 인생의 2막을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취미를 통해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나아가 이를 경제활동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새로운 배움을 통해 일상에 활력을 더하고, 인지 자극과 치매 예방 같은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취미는 삶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드는 좋은 출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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