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길을 지나던 중, 익숙한 거리에서 익숙하지 않은 장면을 마주했다.
불 꺼진 건물 외벽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연등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며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었다.
붉은 등, 노란 등, 초록 등, 파란 등…
알록달록한 불빛들이 도시의 단단한 외관을 조용히 감싸고 있었다.
어떤 장식보다 소박한 연등은
곧 다가올 부처님 오신 날을 알리고 있었다.
부처님 오신 날은 음력 4월 8일,
석가모니의 탄생을 기념하는 불교의 가장 큰 명절이다.
이 시기에는 전국의 사찰뿐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도 연등이 걸리며
불교문화의 상징이자 계절의 풍경이 되어준다.
서울의 여러 거리에도 연등이 하나둘 피기 시작했다.
도로 위 전봇대 사이에, 오래된 건물의 벽면에,
또는 공원의 나무 가지마다 등불이 매달린다.
이 도시의 밤은 그렇게 조금씩 다른 빛을 품는다.
연등의 중심이 되는 대표적인 불교 행사는 연등회다.
서울 도심에서는 매년 대규모 퍼레이드와 등 전시가 열리고,
그 외에도 일상 속에서 조용히 연등을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
서울 근교에서 가볼 만한 사찰로는
봉은사, 구룡사, 불광사 등이 있다.
특히 석촌호수 인근의 불광사는
호숫가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게 되는 조용한 공간이다.
봄꽃과 조명, 그리고 연등이 한 자리에서 어우러진다.
연등은 단지 장식이 아니다.
기도의 형태이며, 기억을 담는 그릇이다.
그래서인지, 마주할 때면
조용히 숙연해지고, 따뜻함이 스며든다.
도시 속 어딘가에서 우연히 연등을 만나게 된다는 건
이 도시에 여전히
‘비움의 철학’으로 켜져 있는 빛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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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밤, 그 풍경을 걷다 – 여행자를 위한 야경 명소 4선
서울의 밤, 그 풍경을 걷다 – 여행자를 위한 야경 명소 4선서울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도시의 빛은 단순히 풍경을 비추는 조명이 아니라,그 안에 시간의 깊이와 사람들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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