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머무는 밤, 거여동 체육문화센터 앞을 지나며정확히 말하자면,거여동 성당 맞은편을 지나 새 서울병원 쪽으로 향하던 밤이었다.별다른 목적 없이, 익숙한 길을 따라 걷고 있던 중이었다.그런데 그 길 한쪽에서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거여동 체육문화센터 앞,소나무들이 도시의 밤을 배경 삼아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빛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색이 변하고,그에 따라 나무의 분위기까지 달라졌다.초록빛에서 붉은빛으로,푸른빛에서 보랏빛으로 번져가는 그 변화는생각보다 훨씬 섬세하고 아름다웠다.같은 나무였지만빛의 각도, 조도의 세기에 따라표정이 전혀 달라졌다.마치 누군가가 장면을 연출해 놓은 듯한 풍경이었다.나는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멈췄다.그리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아무도 알아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