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강동 지역에는 정겨운 재래시장이 여럿 있다.
마천시장, 길동시장, 암사시장, 그리고 오늘 소개할 둔촌시장.
그중에서도 둔촌시장은 비교적 넓은 동선과 다양한 상권, 그리고 지하철과 가까운 접근성 덕분에 이용객이 많다.
이번 글에서는 둔촌역 3번 출구에서 성내동 방향 입구까지의 여정을 따라,
시장 초입의 활기찬 풍경과 작은 정서를 함께 담아본다.
둔촌역 3번 출구, 시장의 시작점
둔촌시장에 들어선 건 반찬거리를 사러 나온 아침이었다.
보통은 마천시장 쪽을 더 자주 찾지만, 이날은 왠지 이곳으로 발길이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온다면 3번 출구로 나오는 것이 가장 가깝다.
자동차를 가져온다면 바로 옆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고,
나는 이날 오토바이를 세우고 시장 입구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북적이는 입구, 시장의 첫인상
시장 입구는 아침부터 북적거렸다.
각자의 이유로 나온 사람들, 흥정하는 소리, 오가는 손님들.
그 모든 것이 시장 특유의 에너지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 틈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 분이 조심스럽게 상추를 손질하며 앉아 계셨다.
그 모습이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복잡한 시장 한가운데서, 옛날 감정이 피어올랐다.
시장의 냄새와 기억, 그리고 호떡집
입구 한편에 자리한 호떡집에서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두툼하고 큼직한 호떡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하나 사고 싶었지만, 아직 둘러볼 곳이 많았기에 발길을 꾹 참았다.
과일 골목으로 들어서다
시장 동선은 크게 야채·과일 구역과 건어물·곱창 골목으로 나뉜다.
나는 오늘 과일 골목부터 들어서 보기로 했다.
그 골목은 특히 북적였다. 옷, 생선, 과일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사람들은 서로 비켜 걸을 정도로 붐볐다.
첫 번째로 눈에 띈 것은 잘 정리된 과일 진열대였다.
자몽, 오렌지, 사과가 선명한 색을 뽐내고 있었고,
나는 오렌지를 하나 집어 들고 그대로 구매했다.
시장이 품은 기억들
그다음 가게는 소박한 빵집.
가격은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훨씬 저렴했고, 맛은 더 기대되었다.
조금 더 안쪽으로 가니 포장된 돈가스가 눈에 띄었다.
문득, 예전에 아들이 국수와 함께 맛있게 먹던 장면이 떠올랐다.
또 한편에서는 정육점에서 큼직한 한우 고기가 눈길을 끌었다.
붉은 고기를 보니, 이미 머릿속에서는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상상이 펼쳐졌다.
성내동 방향 입구에서 마무리
그렇게 골목을 따라 끝까지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성내동 방향의 반대편 입구에 도착했다.
이상하게도 이쪽이 더 시장 입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동차에 음료수를 싣고 파는 노점 아주머니가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넸고,
그 한 장면이 둔촌시장이라는 공간을 더욱 따뜻하게 기억하게 만들었다.
다음 편 예고
이 글은 둔촌시장 탐방기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곱창 골목과 건어물 가게들이 늘어선 시장 안쪽의 또 다른 동선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 [2편 보러 가기] https://senior-space.tistory.com/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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