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지나온 시장 골목을 다시 거슬러 걷는다.
처음엔 눈에 띄지 않았던 것들이,
되돌아가는 길 위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처럼 다가온다.
이번 편에서는
둔촌시장 메인 골목을 다시 걷는 장면부터,
곱창골목 입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천천히 걸으며 다시 바라본 시장의 얼굴,
그곳에는 놓치기 아까운 장면들이 숨어 있었다.
이 집 빵들은 롤 케이크를 필두로 종류가 다양하다.
브랜드 빵집보다 30%는 저렴한 가격.
재래시장을 찾게 되는 건
빵뿐 아니라, 가계부를 생각할 때도 마찬가지다.
가게 안쪽,
직접 반죽하고 굽는 사장님의 손길이 분주하다.
옛 생각이 절로 나는 군것질이다.
조청에 버무린 튀밥,
고소한 땅콩강정,
바삭한 깨강정과 찹쌀유과까지.
과자가 흔하지 않던 시절엔
이런 것들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다.
기억을 더듬으면,
엄마는 명절 전날이면 꼭 강정을 튀겨냈다.
달고 바삭한 그 맛이
기다림이 많은 시절의 보상이었다.
취나물 봉지를 손에 든 어르신 한 분이
진지하게 물건을 고르고 계신다.
옆에 놓인 캐리어를 보니
오늘은 잔뜩 벼르고 나오신 듯하다.
시장은 단순히 장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산책 코스이기도 하다.
오가며 물건도 보고, 사람 구경도 하고.
천천히 걷는 그 걸음에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른다.
떡집 앞,
무슨 범벅 같은 떡이 눈에 띈다.
봄나물과 여러 재료가 한데 섞여
푸짐하게 빚어 놓은 듯하다.
맛도 그렇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영양이 꽉 차 보인다.
밥 챙기기 귀찮은 날,
이런 떡 한 팩이면
든든한 한 끼가 될 것 같다.
진열된 생선들이 굵직하고
물도 좋아 보인다.
바닥에 깔린 푸른 비닐 때문인지
잠깐,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생선 중엔 역시 굴비가 제일 맛있다.
저걸 에어프라이어에 바삭하게 구워내면,
밥 한 그릇은 그냥 뚝딱이다.
아까 지나쳤던 과일 가게.
진열된 참외가 유난히 먹음직스럽다.
일설에 따르면,
참외는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과일이라고 한다.
그 맛있는 걸 외국인들은 왜 안 먹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가격은 꽤 비싸다.
제철이 아니어서 그런가 보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과일인데,
오늘은 그냥 지나쳐야겠다.
반찬가게 앞에 잠시 멈춘다.
요즘 이런 가게들이 부쩍 늘었다.
그만큼 집에서 반찬을 하기보다
사서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일 테다.
혼자 생활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직접 만들어 먹는 번거로움 대신,
가성비도 좋고 맛도 괜찮으니
자연스러운 변화처럼 느껴진다.
이 가게 야채 가격이 꽤 저렴했다.
종류도 다양하고, 품질도 좋아 보였다.
돌나물, 마늘종, 미나리, 두릅까지
이곳에서 한꺼번에 골라 담았다.
한 보따리나 챙기고 나니
기분이 괜히 두둑해진다.
더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양이 이미 꽤 돼서
들기에도 제법 묵직하다.
오리훈제 가게 앞에 섰다.
기름이 자연스럽게 빠지도록 만든
전용 시스템이 눈에 띈다.
보기에도 깔끔하고 색감도 곱다.
그러니 당연히, 맛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곳까지 다시 돌아와
이제는 주점, 곱창, 족발이 있는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채소, 생선, 떡, 군것질, 반찬, 고기까지
시장 곳곳을 둘러보며
살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았던 시간.
이곳은 또 어떤 가게를 마주하게 될지
또 다른 풍경이 궁금해진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골목 깊숙이 들어가
골목 어귀의 가게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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