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장수의 역설과 그 대안

만샘 2025. 8. 11. 12:11

성내천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노인 ChatGPT(DALL·E) 생성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닐 때

1. 도입 – 통계 속 장수는 여전히 축복인가

대한민국은 이제 ‘장수국가’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행정안전부 자료(2024년 말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0%**를 넘어섰고,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5년)에서는 **20.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불과 1년 전(18.5%)에서 1.5% 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전북 무주, 경북 청송, 전남 함평, 경남 남해 등 이른바 ‘장수마을’로 불리는 지역들은 평균 수명과 고령 비율 모두 높다.
그러나 이 마을들은 동시에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 목록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젊은 세대는 떠나고, 마을 전체가 고령화되었으며, 일부 지역은 행정구역이 사라지거나 통합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제 질문은 단순하다.
‘장수’는 과연 축복인가, 아니면 구조적 위험 신호인가.
이 물음이 바로 이 글의 출발점이다.


 

2. 철학적 물음 – 수명은 늘었지만 삶은 남았는가

장수는 인간의 오랜 소망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수명이 늘어난 것만으로 삶이 충만해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긴 생은 그저 시간의 연장일 뿐인지, 아니면 삶의 질이 함께 담보되고 있는지는 중요한 물음이다.

늘어나는 요양병원과 병상 수 – ‘연명’의 모습인가

과거 10여 년간 요양병원은 급격히 늘었다.
2009년 755개였던 요양병원은 2013년 1,206개, 2020년 1,582개로 10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20년 기준 병상 수는 약 27만 1천 개로 전체 병상의 40%에 해당하며, 인구 1,000명당 5.3개로 OECD 평균(0.6개)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달라졌다.
2021년 요양병원 수는 1,464개, 2022년에는 1,434개로 줄어 **2년간 218개소(-13.8%)**가 감소했다.
이는 증가 일변도의 구조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급증이 ‘생물학적 연장’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 확충이었다면,
최근의 감소는 재정 부담, 인력난, 시설 기준 강화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고령자는 자기 의지와 활동성을 상실한 채 병상 위에서 생을 이어가는 현실에 놓여 있다.

“삶의 시간”보다 “삶의 내용”이 더 중요해질 때

고령자의 삶은 단순히 오래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가가 더 중요하다.
병상이나 요양시설에서의 장수는 자신이 주체로 살아가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진정한 장수는 몸이 아닌 정신, 의존이 아닌 자립, 고립이 아닌 관계에서 완성된다.


 

3. 사례 – 진정한 장수의 조건

두 사람의 삶은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 장수의 본질을 보여준다.

이길여 박사 – 2025년 현재 93세, 가천대학교 총장

  • 여전히 강연과 공식 행사에 직접 참여하며 정정한 모습을 유지
  • 독립적으로 생활하며 의료인·교육인으로서의 정체성 지속
  •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아닌, 스스로의 판단과 움직임으로 하루를 설계

헨리 키신저 – 1923년생, 2023년 100세까지 생전 국제 외교무대 활동

  • 사망 직전까지 기고·자문·연설을 이어감
  • 활동적 정신과 날카로운 판단력 유지
  • 국제 관계 속에서 사회적 영향력 행사

공통점
‘의존이 아닌 독립, 연명이 아닌 존재, 고립이 아닌 관계’
진정한 장수는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끝까지 주체로 살아가는 능력과 환경에서 완성된다.


장수 마을이긴하나 인구소멸로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이 된 마을 ChatGPT(DALL·E) 생성

4. 구조적 문제 – 장수마을이 소멸마을이 된 이유

고령화는 깊어지고, 젊은 인구는 빠져나간다

전남 고흥·함평, 전북 무주, 경남 합천, 경북 영양 등은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이 높은 ‘장수마을’이다.
예) 2023년 전남 고흥군 – 78명(전국 1위), 무주·함평도 상위권.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이라는 현실

  • 전국 228개 지자체 중 **121곳(53.1%)**이 ‘소멸 위험 지역’
  • 그중 **52곳(22.8%)**은 ‘소멸 고위험 지역’
  • 전남, 전북, 경북, 경남이 특히 집중

전북의 소멸위험지수는 0.394(2024년 3월 기준)로, 시군 대부분이 ‘고위험’ 또는 ‘진입’ 단계에 해당한다.

원인

  1. 저출산 + 고령화 동시 진행 – 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 (OECD 최저)
  2. 청년층 대도시 집중 – 수도권 일자리·교육·문화 집중
  3. 삶의 기반 붕괴 – 폐교, 의료·편의시설 부족, 대중교통 축소

결론
→ ‘장수’라는 통계적 수치가 아름답게 보일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사라짐’을 향한 가속도이기도 하다.


5. 대안 – 개인 건강 모델의 사회화

  • 노인이 의존 대상이 아닌 주체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
  • 고령자도 기여할 수 있는 일과 사회적 역할 설계
  • 세대 간 관계가 단절되지 않는 공동체 설계
  • 수도권 집중 의료·복지·문화 인프라의 지방 분산

→ 이런 조건이 갖춰져야 ‘질 높은 장수’가 개인의 특권이 아닌 사회의 기본이 될 수 있다.


6. 연결 – 다음 질문을 향하여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설계되어야 할 구조적 조건이다.
그러나 이를 지탱할 젊은 인구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 문제는 단순한 복지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국가 존속, 인구 전략, 국제 관계까지 아우르는 근본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다음 편 – 국가 존속을 위한 현실 진단과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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