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나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가
기술과 정보는 중립적이지 않다
우리는 매일같이 정보의 바다에 잠긴다. 포털 뉴스, 유튜브, SNS… 그 어떤 플랫폼이든, 우리가 마주하는 정보는 이미 필터링된 세계다. 플랫폼은 '알고리즘'이라는 이름 아래, 사용자의 반응을 분석하고, 오래 머무는 콘텐츠만을 우선시한다. 그 결과 우리는 자극적이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정보에만 노출된다. 이는 단순한 '선택적 노출'을 넘어, 사유의 울타리이자 감정의 조종에 가깝다.
많은 이들이 기술을 '중립적인 도구'로 생각하지만, 알고리즘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자본의 목적, 정치적 의도, 사용자 행동 패턴을 바탕으로 정보를 설계한다. 우리는 점점 더 비슷한 정보만을 소비하고, 다른 시선이나 낯선 생각을 만날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감정의 시대, 정보는 반응을 좇는다
오늘날 정보의 가치는 더 이상 ‘정확성’이 아니다. ‘반응’을 이끌어내는가가 기준이 된다. 자극적인 제목, 감정을 흔드는 이미지, 빠른 속도의 전달. 우리는 진실보다 더 빠르고 강한 정보에 먼저 반응한다. 이 과정은 사유의 여지를 없애고, 분노와 불안, 피로를 일으키는 감정 소비자로 인간을 전락시킨다.
나는 요즘 뉴스를 거의 보지 않는다. 보는 순간 마음에 들어오는 건 누구의 죽음, 어디서 터진 사고, 누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뿐이다. 그 자극은 곧 감정을 흔든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도, 뉴스도 최소화하고, 대신 AI와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사유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는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노력이다.
정보 과잉, 생각의 실종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말했다.
“우리는 진실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진실이 존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 슬라보예 지젝, 『폭력이란 무엇인가』 (2008)
이 말은 정보의 과잉이 사고의 결핍으로 이어지는 역설을 말한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른다. 혼란의 시대일수록 ‘생각하는 인간’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또한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오늘날의 정보 구조를 ‘시뮬라크르’, 즉 실재보다 복제된 이미지와 해석의 세계라고 지적했다.
“현대는 현실보다 이미지와 기호가 우선하는 사회다.”
– 장 보드리야르,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1981)
그의 말처럼 우리는 실제 사건보다 그 사건을 포장한 프레임에 감동하고 분노한다. 현실은 점점 연극 무대처럼 되어가고, 우리는 그 무대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다시 질문하자: 우리는 생각하고 있는가?
이 모든 흐름 속에서, 우리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이 진실인가, 아니면 진실처럼 보이는 것인가?”
“우리는 정말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가?”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정보는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사유는 멈춰 선 안 된다. 우리는 기술의 환상 위에서 다시 ‘인간’으로서 사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공존의 출발점이다.
참고 문헌 및 인용
- 슬라보예 지젝, 『폭력이란 무엇인가』, 2008
- 장 보드리야르,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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