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사고였다.그 순간은 길지도 않았고, 나에게 선택할 여지도 없었다.차량과 부딪히는 충격이 지나가자 몸은 바로 움직임을 멈췄다.바닥에 눕혀진 채로 호흡만 거칠게 이어가며내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파악하려 애썼다.병원에 도착해 검사를 마치고의사의 말을 들었을 때 현실이 조금 늦게 다가왔다.다리뼈가 부러지고 발목의 안쪽·바깥쪽 뼈가 동시에 어긋났다는 설명,무릎과 온몸에 퍼진 타박상,이 모든 말이 나에게는 한 박자씩 늦게 들렸다.하지만 그 와중에도“목숨은 살았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그다음에야 내가 입은 상처의 깊이가 비로소 실감되었다.수술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수술실로 이동하는 침대에 누워 깊게 숨을 들이쉬면서나는 그동안 얼마나 빠르게만 살아왔는지를 떠올렸다.계획을 세우고, 일정에 맞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