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은 도시의 한복판에서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그 자리를 지키며 계절을 마주하고 빛과 바람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스스로의 하루를 견디는 기록이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었던 장면들 속에서 생명의 움직임은 도시의 단조롭고 냉정한 풍경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잎에 맺힌 물방울 – 아침 공기의 흔적밤사이 비가 내린 뒤, 잎 위에 고인 물방울은 도시의 아침 공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골목 빌라 앞의 작은 화단에서 발견한 이 장면은, 인공 구조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도 자연은 여전히 그 존재를 드러낸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지만, 그 나름의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와도 닮아 있다. 타이거 릴리 – 무심한 거리에서 피어난 색개를 산책시키던 중 도로변에서 붉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