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있다, 조용한 장수 마을의 비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생일을 더하는 일이 아니다.
진정한 노화는 몸이 아프고, 마음이 지치고,
사회적 연결이 끊어지는 데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오래 살되 병들지 않는 삶은 가능한 걸까?
경북 청도 운문면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장수 마을 중 하나다.
높은 고령 인구 비율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건강 상태와 삶의 태도는
조용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통계보다 삶이 먼저다
청도군은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8%를 넘는다.
운문면은 그 중에서도
90세 이상 장수 어르신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마을이 특별한 건
그들의 나이나 숫자가 아니다.
스스로 밭을 일구고, 동네 잔치에 참여하고,
산책하며 이웃을 챙기는 삶의 방식이 있다.
이들은 단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활동적인 노년을 실천 중이다.
산나물, 된장, 제철 음식 – 절제된 식사의 힘
운문면은 운문사를 중심으로
불교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지역이다.
그 영향으로 전통적인 산채 중심 식단과
절제된 생활습관이 여전히 남아 있다.
주민들의 식탁은
산나물, 콩, 된장, 제철 채소 위주로 구성되며,
가공식품은 거의 없다.
하루 한 끼 정도는
밥, 나물, 된장국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어르신도 있다.
그들의 식사는 단순하지만 영양 밀도가 높고,
칼로리는 낮지만 항산화 성분은 풍부하다.
이 점은 오키나와의 ‘하라 하치부’와도 맞닿아 있다.
‘두레’에서 이어진 공동체 유대
운문면에는 여전히
공동체적 삶의 방식이 살아 있다.
농사철이면 서로 밭일을 도우며,
한쪽에서 일이 나면 이웃이 먼저 와서 손을 보탠다.
예전 ‘두레’ 문화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는 셈이다.
이런 관계 속에서는
노년의 외로움이나 고립이 적고,
몸이 아플 때도 누군가 곁에 있다는 안정감을 준다.
정기적으로 마을회관에서 모이는
작은 모임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웃는 자리가 된다.
심리적 안정감은
면역력과 수명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WHO도 강조한 장수 지역의 공통 조건 중 하나다.
은퇴하지 않는 일상, 의미 있는 하루
운문면의 어르신들은
‘노는 법’을 잘 모른다.
아침엔 텃밭을 둘러보고,
오후엔 김치를 담그고 마당을 쓴다.
해질 무렵이면 산책하거나 이웃과 마실 간다.
이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하루의 리듬을 지키고,
자기 역할을 유지하는 삶의 방식이다.
신체 활동이 계속되는 것은
관절 건강, 골다공증, 낙상 예방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아직 쓰이는 사람이다”**라는
내적 자존감이다.
한국형 장수 마을이 남긴 메시지
우리는 종종
건강한 노년을 외국 사례에서만 찾으려 한다.
하지만 청도 운문면 같은 마을은
지금 이곳에도 그런 삶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단순한 식사,
이웃과 이어지는 마음,
매일의 작은 역할이 있는 삶.
장수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저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나누고,
조금 절제하는 삶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
청도 운문면은 그걸 잘 보여주는 마을이다.
참고자료
- 통계청, ‘전국 고령 인구 비율 현황’ 2023
- 청도군 보건소, ‘지역별 장수인구 및 건강생활 실천율’
- WHO ‘Healthy Ageing and Longevity’, 2018
- 농촌진흥청, ‘고령 농촌 주민의 식생활과 건강 조사’, 2021
- KBS 다큐 《장수마을의 비밀》 청도 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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