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시나브로 다가온다.차가운 바람이 누그러지고, 코끝에 닿는 공기의 향이 달라질 때쯤,도시의 어느 골목에서도 봄은 제 존재를 잔잔히 드러낸다. 며칠 전, 친구와 저녁을 먹기 위해 거여동으로 향했다.평소 자주 다니던 거리였지만, 그날따라 눈길을 사로잡은 풍경이 있었다.길가에 놓인 화분들, 그 안에서 피어나는 꽃들이 유난히 생생하게 보였다. 꽃집 가판대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여인네 나들이 치장처럼 피어 있었다.진홍색 버베나, 자주색 로벨리아, 그리고 주황빛 한련화가 저녁이 다 되었는데도아침 인사처럼 생기 있었고,화분 옆에는 작은 둥근 잎사귀들이 봄기운을 머금은 듯 생기를 느끼게 하고 있었다.그 앞에서 나는 꽃빛의 매혹에 빠져 한참을 서성였다.저녁 식사 메뉴는 생선구이를 시켰다.식사를 하며 짭짤한 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