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늘 움직이고 있다.
그 안에서 고요함을 잃지 않는 이들이 있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 보여도,
내면에서는 치열한 사유와 준비가 이어지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것이 바로 동양의 고전 속에 깊이 뿌리내린 사유,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이다.
고요함 속에서도 움직임이 있고,
움직임 속에서도 고요함이 깃들어 있다는 말이다.
이 사상은 단지 수양론이나 철학 개념이 아니다.
현대의 삶 속에서도 우리는
그 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자주 목격한다.
친구 한 사람을 떠올린다.
기업을 경영하고 있고 늘 별일 안 하며 사는 듯 보이지만,
결정 앞에서는 누구보다 단호하다.
대단한 일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듯 보여도
그의 삶은 명확한 계획과 균형 감각으로 짜여 있다.
그는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매번 중심을 잃지 않는다.
외부 상황이 혼란스러울수록
오히려 더욱 분명한 결정을 내린다.
그의 삶 속에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 의 철학이 깃들어 있다.
이 사상의 뿌리는
유가, 도가, 불가를 아우르는 동양 철학 전반에 있다.
『논어』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군자는 중용을 따른다(君子中庸)”
과하지 않으며, 부족하지도 않은 삶의 태도.
그 중심에는 ‘정중동’이 있다.
『장자』에서는 더 나아가
**“지인은 물에 빠져도 익사하지 않고,
불에 타도 상하지 않는다(至人之用心若鏡)”**라 말한다.
격동의 삶 속에서도
마음이 고요한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용』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기쁨이나 분노, 슬픔과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가 중(中)”
“그 감정들이 일어난 뒤에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화(和)”
이 두 구절은 ‘정중동, 동중정’을 설명하는 대표 문장이다.
동양의 정서와 철학은
보이지 않는 내면의 조화와 균형을 삶의 이상으로 삼는다.
동양미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여백’ 또한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정적이고도 역동적인 생명력의 공간이다.
그림 한 폭, 시 한 구절 속에도
우리는 정중동의 감각을 읽어낼 수 있다.
현대사회는 빠르게 움직인다.
과속과 과잉의 시대.
이 시대에 ‘정중동, 동중정’은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전략이 아니다.
본래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윤리이다.
참고자료
- 『논어(論語)』, 공자. 민음사 역간
- 『장자(莊子)』, 장자. 현암사 번역본 기준
- 『중용(中庸)』, 유가 사서 중 하나. 김형찬 역주본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중동과 동중정의 동양사상적 해석", 2021
- 동양철학연구회, 「동양미학과 삶의 태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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