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서 다시 인생을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사람은 다시 묻게 된다.
‘인생이란 무엇이었는가’가 아니라,
‘인생이란 지금 무엇인가’라고.
젊은 날의 질문은 앞을 향했다.
성공과 성취, 의미 있는 미래에 대한 상상이 있었다.
그러나 노년의 질문은 다르다.
무엇을 더 이룰 것인가보다
지금까지의 삶이 어떤 의미였는가를 묻게 된다.
노년이란 시기는 단순히 시간이 쌓인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파편들이 조용히 정렬되고,
무의식 속에 흘려보낸 장면들이
다시 떠오르는 계절이다.
한 생애를 되돌아보며,
비로소 한 인간이 자기 인생에 대해 응답할 수 있는 시기.
이 시기의 질문은 절박하지 않다.
오히려 고요하다.
삶의 외부에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묻기 때문이다.
어떤 노인은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걷고,
차를 끓이고, 낡은 책을 읽는다.
그 루틴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삶은 일정하고 깊다.
그는 이제 무엇을 더 하려 하지 않는다.
자기 삶을 잊지 않고 살아내는 일에 집중한다.
한 철학자는 말했다.
“우리는 젊을 땐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고,
늙어서는 어떻게 죽을까를 고민한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노년은 단지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가장 정직하게 응시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이 시기, 사람은 삶의 속도보다 방향을 본다.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곱씹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물음을
다시 한번 자신에게 던지게 만든다.
노년에서 묻는 그 질문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지하고 조용하게
자기 삶의 서사를 정리하는 일이 된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는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일부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수상록』에서 반복적으로 죽음을 사유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깨어 있는 삶이라고 보았다.
노년의 질문은 단지 종착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젊은 날엔 세상이 넓고 시간도 많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하루는 부족할 만큼 바빴다.
하지만 노년의 시간은 다르다.
짧은 하루가 길게 느껴지고, 조용한 순간이 많아진다.
그 안에서 비로소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배운다.
삶의 의미는 바깥이 아니라, 내면에서 천천히 떠오른다.
노년의 시간은 말수가 줄어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많이 말하기보다는 듣고, 흘러가는 것들을 지켜본다.
바라보는 눈은 부드러워지고, 말의 무게는 깊어진다.
공원 벤치에 앉아 조용히 하늘을 보는 사람,
도서관 구석에서 책을 넘기며 시간을 붙잡는 사람.
그들은 떠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남기기 위해 침묵하는 것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언제나 유보되어 있었지만,
노년은 그 유보된 질문을 조용히 끌어안는다.
그리고 그 질문을 꺼내어 써 내려가는 이 글 자체가,
바로 그 대답의 한 조각이 된다.
노년은 더는 무엇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다.
그 대신, 남겨야 할 말과 기억을 조용히 모아가는 시기다.
인생의 질문은 결국, 그렇게 말수가 줄어들고 마음이 깊어질 때 다시 돌아온다.
참고문헌
몽테뉴, 『수상록』, 김남우 옮김, 책세상,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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